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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에구 2006.05.08 09:45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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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써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쓰고 싶어도 막막해질 뿐, 마음은 깊은 늪속에 빠져 허우져거릴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저는 '아 내가 준비가 부족하구나. 내 영혼에 쓸모없는 살이 쪘구나. 좀더 대팻날을 갈아야 하겠구나.'하고 자성하게 됩니다. 시인이 시를 쓰지 못할 때는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목수가 더이상 대패질을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저는 잘 갈아 준비한 날 선 대패 하나가 내 손에 들려 있는 줄 알았습니다. 다소 게으르긴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시에 대패질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대패질을 하는데만 마음을 쏟았지 정작 대패가 어떤 상태였는지를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대팻날은 더 이상 쓸 수 없을 만큼 무뎌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마 그동안 제가 결핍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만족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일 겁니다. 살아가다보면 대패질을 하는 시간보다 대팻날을 가는 시간이 더 길수도 있습니다.

붓을 들어 글씨를 쓰는 시간보다 먹을 가는 시간이 더 길수도 있습니다. 일찍 시작했다고 해서 반드시 일찍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찍 핀 꽃이 튼튼한 열매를 맺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얼마만큼 오랜 시간동안 참고 견디며 얼마나 정성껏 준비했느냐가 중요합니다.

특히 젊은 날은 대팻날을 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능력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겸손을 배우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오랜동안 고통 가운데서 참고 견디며 대팻날을 간 사람일수록 겸손의 얼굴을 가집니다. 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준비해야만 최선을 다할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 했기 때문에 결과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조급해지지 말아야 합니다. 좀 늦어지면 어떻습니까. 대팻날을 제대로 갈지 못해서 대패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보다는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대팻날을 제대로 갈아서 대패질을 제대로 하는 게 참다운 목숩니다.

서른 세 해를 산 목수였던 예수도 대팻날을 가는데에 서른 해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수는 나머지 세해동안 활동했을 뿐입니다. 예수에게도 기다림이 있었으며 준비기간이 있었듯이 부처가 된 싯다아르도 오랜 고행의 시간을 거쳤습니다. 그런데 준비없이 얻으려고 하는 우리의 모습들을 봅니다. 준비가 부족한데 어떻게 일이 잘 될 수 있겠습니까. 일이 잘 안된다고 해서 자신을 힐난하지 말기도 바랍니다. 어쩌면 지금 당신은 대패질을 할 때가 아니라 대팻날을 갈아야 할 때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대팻날을 갈아야 할 시간이 우리 인생에 전체일 수도 있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신간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중에서]

요즘 공감가는 말이네요.
(현실에서건 카발에서건)
비록 현재 힘들고 잘 안되더라도 모두들 보다 좋은 내일을 만들어보아요

(카발도 보다좋은 내일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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