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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한복과 기모노의 비교 지식인검색中(0)
한 나라의 민속 의상은 그 옷을 만들어 낸 풍토와 어우러지면 그 어느 옷보다 아름답다. 한복과 기모노 두 나라 옷은 다 아름답다. 의상학적으로도 소매가 몸체와 직선으로 연결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허리의 선을 드러내지 않고 감춘다는 것도 닮아 있다. 그러나 흐트러짐 없이 절제된 긴장으로 몸을 감싸는 일본 여인의 기모노와 달리 한국의 치마저고리는 자유로움과 여유를 그 기본으로 한다. 그 옷의 선이 흘러가는 것을 보아도 선명하게 차이가 드러난다. 수직 수평의 직선을 기본으로 하는 기모노와는 달리 치마저고리는 자유로운 곡선이다. 그리고 체형을 드러내지 않게 풍성한 양감으로 몸을 감싼다.
외씨 버선발이 드러날 듯 치마폭을 차면서 대청마루 위를 끌릴 듯이 나아가는 스란치마의 아름다움은 한복을 차려 입은 여인들의 품격이며 고아함을 나타낸다. 이에 반해 기모노는 무엇보다도 걸음걸이를 부자연스럽게 할 만큼 몸을 감싸는 옷이다. 그렇게 몸에 붙인 옷에 또 오비로 허리를 조여 붙인다. 그러나 한복은 옷을 몸에 감싸지 않는다. 젖가슴 밑에서부터 여유 있게 퍼져 나가 발끝까지 흘러내리는 치마의 풍성함과 기모노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젖가슴 위를 감싸서 입는다고는 하지만 치마저고리는 무엇보다도 몸을 압박하지 않는 옷이다. 그러므로 앉는 자세도 그 넓은 치마폭 안에서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기모노는 다르다. 붙일 수 있는 한 몸에 꽉 붙여 입기 때문에, 몸을 조이고 숨막히게 한다. 입는 사람의 자제를 요구하는 옷이다.
한복의 헐렁함과 여유가 자유를 지향한다면 기모노는 입는 사람의 긴장과 자제를 필요로 하는 옷이다. 그렇지만, 기모노에도 그 팽팽한 긴장감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 있다. 미혼의 젊은 여성들이 입는 "후리소데(길고 넓게 옷소매를 늘어뜨린 기모노)"가 그것이다. 물건을 넣기도 하는 "다모토(소매)"가 길게 늘어져서 장식적인 효과를 낸다. 그러나 이것도 다만 소매의 변형일 뿐 몸을 조이기는 마찬가지다. 풍성함을 넘어서서 한복은 사이즈로 보자면 프리 사이즈이다. 키만 어중간히 맞으면 입을 수 있는 옷이 한복이다. 누구 나가 명절 때나 겨우 입어 보는, 자기가 갖고 있는 한복을 보아도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다.
기모노는 몸에 옷을 붙이는 것만이 아니다. 옷의 밑 가장자리를 접어 넣어 무게를 줌으로서 옷의 선을 아래로 향하게 한다. 옷의 모든 선이 직각에 가깝게 바닥을 향하고 있다. 몸에 조여 붙이면서 어깨와 힙의 폭을 따라 직선으로 흘러내리는 기모노의 선은 그렇게 땅으로 향한다. 이 모습은 입은 사람을 보다 꼿꼿이 선 느낌이 들게 하면서 지면(地面)과 옷을 직각으로 만나게 한다. 긴장감이나 단정한 느낌은 여기서 온다. 땅을 향한 옷인 것이다. 그러나 한복은 땅과 직각으로 만나는 옷이 아니라 하늘을 향한 옷이다. 한복은 무엇보다도 흩날리는 옷이다. 한 점 흐트러짐 없이 몸에 붙여 입어야 하는 기모노는 바람이 불어도 날리는 것이 전혀 없다. 그러나 한복은 다르다. 그 풍성한 치마폭이 바람에 쏠리고 옷고름이 날린다. 여자의 옷만이 아니다. 두루마기 자락을 날리며 표표히 걸어가는 우리 선조 들의 모습은 날아갈 듯싶은 갓 밑으로는 갓끈이 날린다. 상승 지향, 즉 하늘을 향한 옷인 것이다.
마치며...
우리나라의 한복과 일본의 기모노는 같은 동양권이라 그런지 되도록 신체를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는 유사점을 들 수 있지만, 풍성한 한복과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으리 만큼 꽉 조이는 기모노는 매우 다른 측면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서로 아주 다른 상반된 특정 의미를 그들의 고유한 전통의상에 부여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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