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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튠] 그의 결혼식 _* 3편(2)

아이스티눈물 2006.02.24 10:32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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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결혼식(3편:남자생각) -

자꾸만 술잔을 기울입니다.

오늘따라 술을 권하는 친구들이 고맙습니다.
술잔이라도 붙잡고 있지 않으면

내손이 전화기를 잡고 그녀의 전화번호를 누를까봐
바쁘게 손을 움직입니다.

술잔이 눈물을 흘립니다.
술이 취하긴 취했나 봅니다.
술잔이 울다니..

그녀가 말한건 항상 이렇게 맞아 떨어집니다..
난 정말 엉뚱한 놈입니다.

이런 엉뚱한 놈을 사랑한 그녀는
더 엉뚱한 여자입니다

한녀석이 내술잔을 빼앗아 갑니다.
몇시간 후면 결혼할 놈이 그만 마셔 임마~

몇시간후면 난 결혼을 합니다.

엉뚱한 날 사랑한 엉뚱한 그녀가 아닌 너무나 참하고
논리정연하고 단정한 여자와....
난 결혼을 합니다.

손에 힘이 빠집니다.
이대로 온몸에 힘이 빠졌으면 좋겠습니다

눈이 떠졌습니다.
그래도 결혼식 이라고

누가 깨우지 않았는데도 눈이 떠집니다.

밥이라도 한술 뜨라고 붙잡는 어머니가
오늘은 너무나 야속합니다.

오늘이 내결혼식이 맞긴 맞는 걸까요..

거리는 너무나 한산합니다.
평소와 아무것 다른것이 없습니다.

룸밀러에서 포도송이가 고개를 갸우뚱 거립니다.
유난히 손이 크던 그녀가 머리카락같은 바늘을 들고

며칠을 씨름해서 놓아준 십자수속의 포도송이가
유난히 탐스럽다고 생각하다가 피씩~웃고맙니다.

바늘을 자꾸만 놓치던
그녀의 엉성한 손놀림이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웃고 맙니다

난..정말 엉뚱한 놈입니다.

예식장 앞도 한산합니다.
오늘이 일요일이 아닌게 아닐까요.

혹시 내가 술에 취해서 월요일까지 자버린건 아닐까요.
그랬으면 난 정말 멋진놈 입니다.

이대로 출근을 해도 괜찮을꺼 같다고 생각하며
그래도 확인해보려고 예식장안으로 향합니다.

아무도 없으면 정말 월요일인 겁니다.

그럼 난 우선 해장국집에 가서
해장국을 먹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출근을 할겁니다.
괜히 확인을 했나 봅니다.

예식장 직원이 눈웃음으로 날 맞이합니다.
직원이 이끄는대로 들어갑니다.

날 앉혀두고 내 얼굴에
무언가를 자꾸 바르고 두드립니다.

직원이 뭐라고 자꾸만 말을 시키는데
귓속에서 웅웅 거리기만 할뿐
무슨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거울속의 나 기생오라비처럼 새하얀 얼굴입니다.

까무잡잡한 내 얼굴이 매력적이라고 말하던
그녀의 조그마한 입술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직원들이 날 둘러싸고 머리를 만지고
얼굴을 두드리고 답답 합니다.

그녀였다면 이런건 못하게 했을텐데.
손놀림들이 느려지는가 했더니
이젠 턱시도를 건넵니다.

이것도 입어야 한답니다.
아무런 말이 하기 싫어서 그냥 입어버립니다.

거울을 보여줍니다.

거울 속의 저사람.
어디 아픈 사람인가 봅니다.

창백하니 참 불쌍해 보이네요.

얼만큼 시간이 흘렀나 봅니다.
사람들이 차츰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좀있음 결혼식이 시작이랍니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라고 하네요.
또 답답해진 나 화장실로 향합니다.

담배를 태우려는데 화장실 창밖으로
예식장 앞에 서있는 그녀가 보입니다.

거기서 뭐하는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땅만 쳐다 보고 서있네요.

분명 심호흡을 하고 있을겁니다.
긴장만 되면 크게 심호흡을 하는게 버릇이거든요.

얼마나 마음 졸이고 왔을지
갑자기 가슴이 떨립니다.

돌아가라고 마음속으로 외쳐봅니다.

이런~~친구들은 역시 도움이 안됩니다.
건드리기만 해도 넘어질것 같은 저여자를
밀치면서 데리고 들어 오네요.

그것도 웃으면서 말입니다.

얼른 담배를 끕니다.
괜시리 손을 씻고

담배 냄새가 나는지 확인해 봅니다.
그녀는 담배 냄새를 싫어 하거든요.

나가서 부모님 옆에 서서
그녀가 들어오길 기다리며 손님을 맞습니다.

저 멀리서 그녀가 보이네요.

저여자 어젯밤에 울었나 봅니다.

눈동자가 빨갛네요.
양쪽 볼도 약간 부었네요.
흰 원피스가 좀더 길었음 좋겠습니다.

저여가 덜렁 거려서 짧은 치마는 입으면 안되는데.

그녀가 절보고 있네요.
이 상황이 너무나 어이없어서 웃음이 납니다.

저여자 어이없어 웃는 날 보고 기가 막힌가 봅니다.
저를 마주보며 웃습니다.

예식장 안으로 들어 가는 뒷모습이 불안해 보이네요.

저보고 예식장안으로 들어가라고 하네요.
떨립니다

수많은 사람속에 앉아 있을 그녀를
제가 찾아 낼까봐 떨려서
앞만 쳐다보고 걸어 갑니다.

전 엉뚱하게 시력만 좋은 놈입니다.

뒤로 돌아 서는데 저여자가 제일 먼저 보이네요.

저랑 결혼할 여자가 걸어옵니다.
자기 아버지 손을 잡고 뭐가좋은지
미소를 가득 머금고 걸어오네요.

그녀가 저 여자 옆에 있는
아버지가 부러울까봐 겁이납니다.

아버지란 걸 가져 본적이 없는 그녀...
부러워서 울어 버릴까 겁이 납니다.

웃어봅니다.
내가 웃으면 그녀도 따라서 웃거든요.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웃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녀도 웃으면서 절 보낼수 있겠죠.

그래야 그녀가 사람들 앞에서
눈물 보일 일이 없겠죠.

자꾸만 눈은 그녀를 향하는데
주례 선생님을 보고 서있으라고 합니다.

주례선생님이 열심히 저한테 설교를 합니다.

주례선생님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해도 잘 살 것 같습니다.

결혼에 대해서 저렇게 잘 알고
자신 있으니 말입니다.
결혼을 수십번은 해 본 사람 같습니다.

신부에게 반지를 끼워 주라고 하네요.

반지를 끼워주다가...
엉뚱한 놈 주저앉아 버리고 싶습니다.

손가락이 너무나 가늘고 이쁘네요.

마디가 굵고 거칠던 그녀의 손가락이 생각이 나서
주저앉아 울어 버리고 싶습니다.

행여나 그녀가 신부의 손가락을 볼까봐
신부의 손을 꽉 움켜 쥡니다.

얼른 빨리 식이 끝나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저여자 얼굴이 너무 창백합니다.
얼른 집에가서 쉬어야 할텐데.

이놈의 예식은 뭐가 이리 오래 걸리는지.
자꾸만 마음이 다급해집니다

주례선생님이 신부를 죽을때까지
사랑하고 아끼 겠냐고 물어 봅니다.

마음이 다급했던 나
너무나 큰소리로 빨리 예라고 대답해 버립니다.

나는 정말 구제불능인 놈입니다.

창백하게 앉아 있는 저 여자 앞에서
난 정말 죽일 놈입니다.

저여자를 집에 데려가서
뉘여주고 재울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너무나 엉뚱하게.....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린 어리석은 나

그저께 밤에 그녀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설 때처럼

분하고 억울해서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되는데

인내심도 어지간히 없는
모자란 놈 그만 울어 버립니다.

눈물이 자꾸만 볼을 타고

흘러 내리는데 닦지도 못합니다.
눈물을 닦으면 뒤에서도
그녀는 눈치를 챌껍니다.

나중에 돌아설때 그때 얼른 닦아야 겠습니다

벌써 돌아서서 그녀한테 인사를 하라고 하네요.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어쩔 수 없는 나 돌아서서 그녀를 봅니다.

저 여자 왜 고개를 죄인처럼
저렇게 숙이고 있는 거죠?

화가 납니다

고개를 드네요...

들어서 절 바라보네요.

근데 왜 저여자 울려고 하는 거죠?
왜 저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거죠?

아차..
내가 눈물을 닦지 못했네요..

끝까지 잘 참던 저 여자한테
내가 눈물을 보이고 말았네요..

저 여자 어딜 가는 걸까요..
울고 있는 날 두고 가버립니다.

와서 눈물을 닦아주지도 않고
안아 주지도 않고 나가 버리네요..

저여자 참 바보 입니다.

나에게 올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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