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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튠] 그의 결혼식 _* 2편(3)

아이스티눈물 2006.02.24 03:53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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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결혼식(2편:여자생각) -

일요일인데 너무 일찍 눈이 떠진다 했습니다.
잠을 자지 않은 것처럼 머리가 무겁습니다.

달력을 봅니다.

오늘이 그사람 결혼식이 있는 날인걸
한번 더 확인합니다.

확인하고 바보같은 나 욕실로 향합니다.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양치도 합니다.

유령처럼 그렇게 나는 소리없이 움직이면서
그사람 결혼식에 갈 준비를 합니다.

화장을 합니다.
마음은 급한데 화장은 자꾸만 늦어집니다.

화운데이션을 바르고 나면 눈물이 흐르고
닦고 또 바르고나면 흐르고...

근근히 참고 화운데이션을 다 바릅니다.
마스카라를 칠하는데 또 눈물이 흐릅니다.

검은 눈물이 온통 얼굴을 뒤덮습니다.
물티슈로 얼굴을 다시 닦아냅니다.
입술을 깨물고 다시 화장을 합니다

화장을 하면서 바보같은 나
그 사람이 화장하지 않은
내 모습을 좋아하던 것을 기억해 냅니다.

화장하지 말고 갈까하는
정말 바보같은 생각을 하면서 화장을 합니다.

화장이 끝났습니다
머리도 다 말렸습니다.

이제 옷을 입어야 하는데 바보같은 나
옷장 앞에서 한참을 머뭇 거립니다.

작년 여름에 그 사람이 사주었던
까만 투피스가 자꾸만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은 가을인데 정말 바보같은 나
자꾸만 그옷이 입고 싶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 하얀 원피스를 입습니다.

이제 결혼식장에 가야하는데.
신발장 앞에서 또 머뭇거립니다.

구두를 신고 얼른 나가야
그 사람의 결혼식을 처음부터 지켜볼수 있는데.
바보같은 나 선뜻 구두를 신지 못합니다.

그사람이 투피스와 함께 사주었던
까만구두 때문에 바보같이 또 망설입니다.

바보같은 나 그사람이 사준 구두를 신지 못하고
그렇게 집을 나섭니다.

너무나 따스한 햇빛때문에
자꾸만 고개가 수그러듭니다.

택시를 잡아 타고
그사람이 있는 결혼식장으로 향합니다.

우리 집에서 거리가 꽤 되는데
너무나 빨리 도착합니다.

일요일인데 길도 막히지 않았나 봅니다.

예식장 앞에서 바보같은 나 또 한참을 서성입니다.
심호흡을 몇번 했는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서성이던 나

갑자기 나타난 친구들에 떠밀려
식장으로 들어갑니다.

저 멀리서 그사람이 입구에 서서
손님들한테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저사람 바보인가 봅니다.
오늘 자기와 결혼하는 사람은 내가 아닌데
아마 나와 결혼하는줄 알고 있나봅니다.

어쩜 저렇게 늠름한 모습으로
특유의 사람좋은 웃음을 짓고 있을수가 있는지.

나와 눈이 마주칩니다.
그래도 저 바보같은 사람 웃습니다.

아마 내가 입고있는 흰 원피스가
웨딩드레스인지 아는가 봅니다.

더 바보같은 나 웨딩드레스가 아니란걸 보여주려고
그 사람에게 다가갑니다.

인사를 하는데도 바보같은 이사람 웃습니다.
드레스가 아닌 원피스를 보고도 웃습니다.

더 바보같은 나 같이 웃음주고 받고나서
식장으로 들어가서 앉아서
결혼식이 시작하길 기다립니다.

아무말도 들리지 않고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친구들의 수다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사람이 예식장안으로 들어옵니다.
날 데리러 오는줄 알고 바보같은 나
놀라서 멍하니 바라봅니다.

근데 저사람 앞으로만 행진합니다.
그리곤....
하얀 단상앞에서 뒤를 돌아보고 서있네요.

누군가를 기다리나 봅니다.
갑자기 신부가 등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참 이쁩니다.
어쩜 저렇게 이쁠수가 있는지.

바보같은 나 다른사람과 같이 박수를보냅니다.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텔레파시를 보냅니다.

저사람은 매운거 못먹어요.
저사람은 술먹는다고 잔소리 하는거 싫어해요.

저사람은 우울할때 오버해서
애교떨어 주면 금방 풀려요.

그래두 우울할땐 아무말 없이 안아 주는걸 좋아해요.
바보같은 텔레파시를 보내며 박수를 칩니다.

그녀가 그사람의 손을 잡고 단상으로 걸어갑니다.
주례선생이 뭐라고 하시는지 안들립니다.

신부화장이 짙다는 친구들의 수다도
자꾸만 귓가를 흘러가기만 합니다.

그사람 그녀에게 반지를 끼워주고
그녀를 바라보며 웃네요.

정말 저사람 바보인가 봅니다.
너무 떨려서 그녀가 저인줄 아는가 봅니다.

한참을 주례선생님이 두 사람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두사람 말 잘듣는 학생처럼 다소곳이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그사람의 부모님 그녀가 이쁜지
자꾸만 그녀만 쳐다 보며 웃습니다.

한번도 나 한텐 웃어 준적 없는 분들이라
웃을줄 모르시는줄 알았더니
참 잘 웃으시는 분들 이네요.

주례선생님의 이야기가 끝났나 봅니다.
갑자기 두 사람이 저를 향해 돌아섭니다.

차마 그사람의 웃는 얼굴을
더이상 볼수 없는 나
고개를 숙여 버립니다.

옆에 친구들이 웅성 거립니다.
바보같은 나 고개를 들어 그사람을 봅니다.
저사람 울고있네요.

옆에 그녀는 너무 이쁜 미소를 짓고 있는데.

도망가서 우리끼리 살자고
나에게 애원 할때도 울지 않던 사람인데.

내가 아파서 입원 했을때도
웃으면서 얼른 낫자고 하던 사람인데.

그저께 밤까지만 해도 나에게 찾아와서
씩씩하게 잘 지내라고
웃으면서 작별인사 하던 사람인데.

갑자기 저 사람이 왜 바보처럼
저러는건지 너무 화가 납니다.

가서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데
바보같은 나 바보처럼 우는
그사람을 두고 예식장을 나와버립니다.

하느님은 바보입니다
바보는 바보랑 함께 있어야 하는데.

하느님은 저만 바보인줄 아셨나 봅니다.
알고 보면 저사람도 나처럼 엄청난 바본데.
하느님은 그걸 모르셨나 봅니다.

이제 저사람도 바보란걸
하느님이 아셨으니까

저에게 보내주실까요?

기다릴 수 있는 이유가 생겨서
그래도 나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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