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새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1(0)
>*
>카발 온라인 유저 여러분, 2008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도 즐겜하심서~~시 한 편!! *^^*
>
>아웃사이더 감별하기 - 이희중
>
>
>잘 나가는 폴 메카트니나 존 레넌보다는
>그들이 불쌍해 마지 않던
>음울한 조지 해리슨, 또는 못난 링고 스타를 더 좋아한 사람
>해바라기의 보스 이주호보다는
>그의 마음에 따라 자주 교체되던
>짝꿍한테 더 눈길이 가던 사람
>비틀즈나 해바라기보다, 우연히 들른 술집
>손님들의 잡담 너머에서, 그냥 켜둔 테레비처럼 노래한 다음
>갈채 없이 슬며시 퇴장하는
>삼류 가수의 뒷모습을 유심히 보는 사람
>또는 혼자 천천히 박수치는 사람
>김일보다 장영철을 더 좋아한 사람
>프로레슬링은 쇼다, 라는 그의 말을 믿은 사람
>홍수환보다는 염동균을 더 좋아한 사람
>말년에 그가 오른손을 접고 싸웠다는 사실을
>세월이 흘러도 잊지 않는 사람
>그들보다, 세미파이널을 피 튀기며 뛰는
>삼류복서들이, 또 그 세미파이널이
>케이오로 일찍 끝났을 때에 대비하여
>뛸 수 없을지도 모를 싸움을 준비하는 복서들이
>있다는 사실을 더 진지하게 기억하는 사람
>안정환보다는 윤정환을 더 좋아하는 사람
>우리편이 골 넣었을 때
>벤치에 앉은 후보선수들의 표정을 살피는 사람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프로 선수,
>1군이 되지 못한 2군 선수들을 더 걱정하는 사람
>현대차 안 타고 굳이 대우나 쌍용차 타는 사람
>아주 옛날에는, 일등하던 오비보다는 크라운을 좋아했고
>얼마 전, 크라운이 하이트로 일등하자 이젠 오비를
>마시는 사람
>대접받는 애완동물 보면 속이 거북한 사람
>꼬리치는 것 보기 싫어 개를 안 키우는 사람
>조세형이나 신창원이 잡히지 않기를 바라던 사람
>이종대, 문도석, 그리고 지강헌 또는 비지스의 홀리데이
>이런 이름들을 술자리에서 꺼내기를 즐기거나
>누가 꺼내는 것을 반기는 사람
>엄숙한 자리에 앉으면 사지가 뒤틀리는 사람
>여간해서 넥타이를 안 매는 사람
>평창동, 압구정동, 대치동이 남의 나라 같은 사람
>학창시절, 선생이 이름 기억해 부르면 불편했던 사람
>반장 패거리보다 사고뭉치들과 어울리던 사람
>자신이 바로 사고뭉치였던 사람
>창간할 무렵에는 안 보다가 요즘 와서 한겨레 보는 사람
>돈 먹여 아들 군대 안 보낸 사람은
>대통령 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군대 갔다온 사람
>통일을 사심 없이 바라는 사람
>이 세상이 뒤집혔으면 하고 가끔 바라는 사람
>실현 가능성이 아주 없기 때문에 더 자주
>더 편안하게 전원주택을 꿈꾸는 사람
>아웃사이더이다. 아니다에 관심이 없는 척하지만
>이런 시 읽으면서 동그라미 치며 자신을 감별하고 있는 사람
>
>
>
>
>
>
>이희중
>
>
>1960년, 경남 밀양 출생.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푸른 비상구], [참 오래 쓴 가위]가 있음.
>
>
댓글 0